에필로그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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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형대학이 순항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조형교육 40년은 혼란의 극복을 통해 질서를 찾아가는 기록이기도 하다. 조형학부가 출범한 70년대, 전공에 대한 불확실성과 지명도 낮은 대학 이미지 등으로 인해 학생들을 뽑으면 한 학기가 지나서 삼분의 일 정도는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은 밤을 새우는 교육 열정으로 이를 극복했다.
80년대 조형대학 승격과 각 학과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견과 갈등이 야기되었으나, 구성원들은 조형대학 발전이라는 비전을 공유하며 이들을 극복해, 조형의 각 분야를 뿌리내리고 국내 디자인 대학의 학과명에 디자인이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선도적인 업적을 만들기도 했다. 90년대 흩어져있던 각 학과들이 한 교사에 모임으로써 단과대학의 짜임새를 갖추고 몸집을 불릴 수 있었으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환기에 닥친 교수 세대 간의 간극과 고가의 디지털 장비 확보 등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2000년대 들어서며 조형대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도전하여 국내 유일의 디자인전문대학원 설립이라는 개가를 올렸으나, 교수진의 소속 변경이나 운영 방침에 대한 이견과 소통 부족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역대 학장이 원장이 되고 전문대학원 교수가 학장이 되는 융합과 변화의 길을 선택했다. 같은 기간, 종합적이며 유기적인 조형교육을 표방했던 조형대학으로부터 건축학과가 분리되어 나감으로써 교육 이념과 영역에서 축소가 불가피했다. 조형대학 구성원들 간에도 소통의 부재는 학과의 신설이나 조형관 리모델링과 같은 중대한 국면들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교육의 측면에서도 학제적이고 융합적인프로그램은 국책 사업 제안서의 단골 메뉴였던 반면, 실제 수업에 적용된 사례는 미미했다.
2010년대 8개 학과로 확장된 조형대학은 이제 국제화 물결을 타고 세계의 무대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 주도의 무분별한 평가로 인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교육’보다는 ‘사업’을 강권하고, 취업률만을 중시하는 풍토가 대학 교육을 왜곡하고 있다. 조형대학 내부적으로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공고한 학과이기주의, 담론과 비전의 부재, 소통의 어려움이 오늘 이 대학 위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출범 초기의 구성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공유했던 공동체 의식과 교육 열정이 새삼 절실한 오늘이다.
굿 디자이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조형교육 40년의 기록을 정리하며 우리는 모든 것이 질서와 혼란의 경계를 넘나들며 변한다는 것과 굿 디자인, 굿 디자이너의 가치와 판단기준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질서와 혼란이 교차하는 변화 속에서도, 그러나 굿 디자이너를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고 함께하며 그 가치를 무엇보다 존중하는 조형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인간이 써가는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혼란한 실존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라 했다.이야기의 상상력이 극에 달해 실현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사이언스픽션 장면들이 앞 다투어 현실이 되는 시대-. 다가올 조형교육 100년은 지금 불가능해 보여도 언젠가 현실이 될 디자인픽션 주인공들의 시대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