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ions:대문/54/ko
공합적共合的 교육 시스템
조형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조형전은 홍보 효과와 종합 교육 시스템으로 돋보였다. 조형전의 즐거움은 그 해의 주제를 논의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의지와 생활문화의 창조’(1981), ‘조형 2000’(1987), ‘디자인 시대정신’(1990) 등이 그렇다. 아마 전시 주제를 실사구시로 해보기 시작한 것은 ‘Green 21’(1995)부터일 게다. 윤호섭 교수의 리드도 튼실했지만 표현과 매체도 다양해졌다.
전시회와 함께 여러 전공들이 모여 논의하던 세미나와 연구는 왜 함께 공부하고 같이 전시하는가의 합목적을 이룬 셈이다. ‘사이덱스CyDEX ’98’도 컴퓨터 응용이라는 디자인 수단에 집중하며, 그 후 조형대가 최고의 CAD 역량을 갖추는 데 줄기세포를 이룬 셈이다. ‘소수Minority를 위한 디자인’도 디자인의 사회성과 합목적에서 실천적인 교육 경험이었다.
건축 전공이 조형대학 전공들과 어떤 부가적 가치를 공유했는지는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다. 건축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세련된 표현은 괄목할 만한 것이다. 타 전공들과 나누던 공간과 구조의 건축적 이해도 주목할 만하다. 금속-도자 공예가 건축을 모델로 하는 프로젝트도 여럿 보았다. 의외로 의상학과 작품에서 구조화와 공간 구축의 뜻을 활발히 읽는 것이 흥미로웠다.
비록 1학년 기초전공이지만, 전 전공이 함께 학습하던 ‘기초조형’, ‘그린디자인’은 다른 대학교에 가서도 두고두고 자랑하던 시스템이다. 물론 전공과목 교실에서 타 전공학생의 수강생을 자주 발견한다. 아마 이러한 동지적 교육 환경은 이후 흐려져 갈 것이다. 개인화 되어가는 대학 사회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 설계교육도 대학의 정체성 보다는 교수 개인의 스튜디오가 지향하는 개별성이 지배하여 간다.
조형대학은 올해 40년 불혹不惑의 잔치를 한다. 이 기록의 화두를 ‘통합적 가치의 시대’로 시작했지만, 그것이 불변의 가치인가는 모른다. 이미 분해와 개별의 가치가 더 유려해지는 시대문화를 지나고 있다. 이제 타성이 호시탐탐하는 중년기에 들어서며 새로운 교육철학을 더 자꾸 물어야 할 것이다.
박길룡
건축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