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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2학기 말의 어느 저녁, 김철수 교수님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 현승일 총장님 께서 실내디자인학과를 개설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다음날 비상회의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두려움과 버거움의 무게감을 실은 큰 바위가 굴러오는 것 만 같은 느낌이었다. 실내디자인학과는 이처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불현듯 현실 로 다가왔다. 당시 국민대학은 제2의 도약기라 할 만큼 대대적으로 정원이 늘어나는 시기였다. 학부생만 거의 1200명 정도의 증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학원까지 합치면 2000여 명 가까운 증 원으로, 이때부터 엄청난 규모의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캠퍼스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형대학에서 실내디자인학과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 나 영상 관련 학과, 사회과학대학의 언론정보학부, 예술대학을 신설하고자 하는 계획 등이 있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는 준비 부족으로 미뤄졌다. (12년 뒤에 영상디자인학 과라는 이름으로 실현되었다.) 조형대학의 교육이 이미 대한민국 디자인 교육의 패러다임 을 새롭게 마련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독립학과로서 의 실내디자인학과의 추가 개설이 조형대학이 지향하는 통합적 디자인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에 의해 대부분의 교수님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성원과 응원은 부족한 준비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큰 용기와 힘이 되었다. 또한 공업 디자인학과에서 이미 환경디자인의 한 영역으로 부족하나마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새로운 학과 개설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간, 시설, 교수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공간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 다. 당시 조형대학은 대학 자체의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와 함께, 당시 출범한 예술대학의 산 실 역할도 맡았다. 조형대학 건물의 옥상에 가건물을 세우고 시작한 예술대학 옥상살이를 보면서 실내디자인학과로서는 오히려 위안으로 느꼈다. 공간적 문제는 어차피 학교 측에서 고민할 문제려니 생각하니 차라리 홀가분했다. 당시의 심정은 오로지 새로운 학과의 탄생 이 가져 온 중압감을 이겨내고, 조형대의 명성에 해가 되지 않겠다는 사명감과 최고의 실내 디자인학과로 만들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학과 개설에 필요한 행정 절차가 금방 끝나고, 나 는 공업디자인학과에서 쫓겨나(?) 실내디자인학과로 전보 발령되었다. 실내디자인학과의 출범 첫해는 공업디자인학과 귀퉁이에서 더부살이를 했던 만큼, 신입생들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확고한 비전과 목표에 대한 설정이 중요했다. 이른바, 조형대학의 교육적 모토를 삼 고 있었던 바우하우스적 교육 이념인 전인적이고 통합적 교육철학의 이정표를 확실히 하는 것만이 실내디자인 학과의 미래를 밝혀줄 것이라고 믿었다. 1998년 좁디좁은 공업디자인학과 사무실의 한 구석에 자리 잡고, 강의실 하나를 실기실로 변경해 사용하면서 실내디자인학과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친정집 같았던 공업디자인과 교 수님들과 학생들의 정성어린 배려와 멘토 역할로 실내디자인학과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게 되었다. 또한 그때 마침 가정대학에서 근무하셨던 허범팔 교수님의 실내디 자인학과 합류는 더욱 큰 힘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해에는 시각디자인과에서도 공간 을 배려해 주어 2년차도 무리 없이 지나게 되었다. 드디어 3년차인 2000년 2학기가 되면 서 디자인대학원 용도로 증축 중이던 조형관 별관이 완공되면서 비로소 독립적 공간을 확 보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학생들과 함께 비로소 내 집을 갖게 된 기분에 마냥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만의 새로운 공간으로 입주하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1,2학년 모 두 함께 참여하는 실내디자인 개설기념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 그 해 여름을 모든 재학생 들과 함께 보냈던 열정과, 행사 오프닝 때의 많은 조형대 교수님들과 총장님의 격려는 지금 도 잊을 수가 없었다. 2000년 2학기 말 실내디자인학과는 또 다시 조형대학의 큰 변화를 함께 겪는다. 교육부의 재정 지원사업인 BK21 사업 선정에 따라 2001년에 테크노 전문대학원이 개설되었고, 여 기에 실내디자인전공이 신설이 되어 명실상부한 학부와 대학원의 완벽한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또한 학부 및 대학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전임교수들의 확충도 빠른 시간에 이 루어지면서 높은 수준의 교육역량도 갖추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의 개설과 함께 실내디자인 학과의 공간이 없어지는 어려움을 맞기도 했는데, 여기서도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났다. 그동안 조형대의 역사와 함께했던 건축과가 5년제로의 구조변화 로 인해 조형대와 분리되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건축과와의 이별이 아쉬운 상 황이었지만 실내디자인학과가 조형관 2층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드디 어 현재의 실내디자인학과의 체제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실내디자인학과의 개설로부터 4 년 만에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과정을 통해 드디어 하나의 완전체로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는 것은, 조형대학 전체 구성원의 성원과 격려, 그리고 신설학과의 입학한 신입생들의 의기 투합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내디자인학과는 20살 성년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어느덧 졸업생들도 사회의 관련 분 야에서 동량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그동안 이성과 감성을 골고루 갖춘 큰 디자이너로 키 우기 위해 학과 교수님들 모두는 동분서주하며 헌신적 노력과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2년 후, 스무 살이 되는 실내디자인학과는 또 다른 사고와 혁신을 통해, 다가오는 새로운 20년 의 이정표를 더 밝고, 더 굵고, 더 높게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한다. 실내디자인학과는 지 금까지 법고法古의 역사는 비록 짧았지만 기존의 타성에 젖은 디자인적 사고를 뛰어넘는 Beyond Design의 정신과 자세로 끊임없이 창신創新하는 디자인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 라 확신하며, 조형대학의 앞으로 다가올 40년의 역사를 써 나가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하 리라 다짐해 본다.
이 찬
실내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