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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개인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조형대 디자인 교육은 디자이너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일정한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 또는 사회 진출을 위한 적정수준의 능력을 갖춘 것에는 성공했다고 본다. 또 지속적인 노력으로 전문 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기대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결과를 낳았다.
그렇지만 사회적 수요란 뭔가. 우수한 학생의 역량을 따질 잣대는 또 무엇인가. 그것을 당대의 교육자가 판단하거나 정의할 수 있을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과정이 탄탄할수록 비전이 명확해서 어쩌면 학생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것은 90년대 말에 한국 국민이 경험한 전지구적 변화, 특히 국내 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포함한 변화를 말한다. 물론 조형대는 전공을 다각화해서 어느 대학들보다도 빨리 대응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우려가 있다. 사실은 쉽게 풀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고 조형대에만 해당되는 우려도 아니다. 핵심은 디자인 교육에 있어서 정책적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몇 년간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디자인 붐이 갑작스레 일었다가 가라앉으면서 디자인 전문가들이 혼선을 겪었고 최근에는 대학 전체에 새로운 용어를 동원한 교육 정책이 변화무쌍하게 추진되어 교육 현장은 늘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제는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이니셜로 지칭되는 수많은 사업, 무슨무슨 특성화 사업 등을
생각하면 오래전 BK21을 이야기할 때가 참 낭만적이었다.
더 연장해서 말하면, 앞서 살펴본 조형대의 활동, 즉 교육의 비전을 세우고 열성적인 노력으로 추진해왔던 그 풍경이 낭만적이었다는 것이다. 복잡한 오늘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낭만적인 시대를 기억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몇 십 년 뒤에 다시 이런 글을 통해서 필자의 생각이 기우였다고 할 만큼 멋진 교육 모델이 기록된다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김상규
인터랙티브 미디어 수업,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