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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zzyBot (토론 | 기여)님의 2025년 6월 24일 (화) 19:07 판 (외부 원본에서 새 판을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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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제Ⅰ장 ‘교육 40년’에서 필자가 기술한 영상디자인학과 교육목표의 일부분이다. 이 두 문단으로 조형대학의 새로운 도전으로서 영상디자인학과를 신설한 목적과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앞으로 50주년, 60주년 그리고 100주년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이 역시 ‘과거’가 될 현 시점의 이야기로 이 글의 문을 열까 한다. 역사란 지금의 안경으로 돌아본 시간이기 때문. 지금을 가능케 한 어떤 계기를 조명하는 일은 보통 ‘우여곡절 끝의 희망’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영상디자인학과의 개설을 준비하던 2009년 역시 그런 시기였지만, 조형교육 40주년을 맞은 2015년도의 대학가 분위기가 너무나 엄중한 탓에 학과신설의 기억을 그저 ‘천우신조의 기회 → 치열한 오늘 → 희망찬 미래’와 같이 뻔한 해피엔딩으로 글머리의 방향을 잡는 것이 지금의 안경을 내려놓은 손쉬운 자동기술은 아닐까하는 자격지심이 든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대학구조조정이 ‘백년대계’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제가 되었다. 위기의 예측과 대비는 선택이 아닌 당위이지만, 입학생은 줄어드는데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돈 많이 드는 예술분야를 축소하는 것이 이 냉랭한 시대의 가장 지혜로운 생존법이란 결론을 꽤 많은 대학들이 내리고 있고, 실제로 우수한 문화재원을 배출하던 유수의 예술·디자인학과와 단과대학들이 미처 그 역사를 바르게 조명받지도 못 한 채 조금 과격한 표현을 쓰자면 ‘제거’되고 있다. 상식과 품위가 교내 정서인 우리대학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안위하다가도 시대의 광풍을 우리가 무슨 재간으로 막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날마다 널뛴다. 게다가 강 건너 불구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대학교 하면 조형대학인데 설마 우리에게 별일 있겠나 하는 일부 동료 교수의 편안함이 부럽기도 하지만, ‘조형대학에는학과가 여덟 개나 되서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하는 몇몇 교무위원의 지나가는 한 마디에 목덜미 서늘한 경험을 하고 나면, 어떤 대비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초조함이 앞선다. 제발 기우였으면. 어쨌건 이런 시점에 영상디자인학과의 개설 역사를 쓰고 있고, 이러한 상황역시 그 역사의 한 부분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지금’ 이야기 한 가지 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상암동에 새로 문을 연 문화창조융합센터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그 출범식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은 21세기 연금술”이란 표현과 함께 1조원 규모의 글로벌문화콘텐츠밸리를 건설하고 2,600억 원의 문화콘텐츠펀드도 조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연설이 뜨겁게 보도되기도 했다. 마 음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2000년대 초기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애드벌룬만 요란스레 띄우고 실속은 없었던 디자인 진흥사업이 떠오르며 이번 발표가 전시행정으로 흐르는 것은 아닐는지 염려가 든다. 더군다나 콘텐츠산업의 중심에 영상·엔터테인먼트분야가 자리 잡고 있으니. 어쨌건 학과가 문을 열고 5년의 시간이 지나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산업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발표가 있는 것을 보면, 영상디자인학과의 개설이 분명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일은 아니었구나 하고 지나치게 겸손한 중간 결론을 내려 본다. 대학의 위기와 시대의 요구가 학과신설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적합한 키워드인가 자문해 보지만, 분명한 것은 이 두가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시대의 수역에서 영상디자인학과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제 이 두 키워드의 나침반을 들고 5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창의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를 선도할 첨단 학과 신설.’ 세 개 학과의 신설 계획이 담긴 2009년도 본부 기획팀의 서류를 다시 열어 보았다. 발효융합학과, 생명의료공학과, 영상디자인학과. 이 중 발효융합학과와 영상디자인학과가 그 이듬해에 신설로 이어졌다. 조형대학에 이미 6개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데, 미래를 선도할 분야로 디자인을 또 선택한 것이 올바 른 판단이었는지 자문해 본다. 그간 한국 사회가 매 시대마다 필요로 했던 산업과 조형대학 학과신설의 역사가 중첩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제조 중심의 산업화 이후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의 교육을 결정한 것은 우리대학의 교육 행보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향이라는 생각에는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또한 5년의 시간이 흘러 국가적 지원 사업으로 천명된 점도 이를 방증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학과신설은 아무리 비전과 명분이 타당하더라도 교내의 행정적, 정서적 절차의 맥이 모두 막힘없이 흘러야 가능한 일이고, 특히 정서의 맥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학문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전공과 구성원 간의 첨예한 입장이 상충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지난한 과정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대학 자체가 그 규모는 물론 내실에서도 부쩍 성숙하는 계기가 된다. 영상디자인학과 개설의 학문적 명분은 2005년도 필자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임용되기 이전부터 이미 조형대학에 공유되어 있었다. 그리고 2009년도 개설 준비 시 필자는 학장을 보좌하던 학사겸무 직책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학과신설 요청은 영상디자인 교육을 꾸준히 해오며 학과신설을 타진해 오던 시각디자인학과로부터 자연스레 시작될수 있었다. 오랜 명분과 관련학과의 요청이라는 든든한 두 토대 위에서 학과신설의 방아쇠가 부드럽게 당겨진 것이다. 다만, 학과신설이 아니 시각디자인학과를 학부로 전환하고 그 안에서 전공 트랙으로 영상디자인을 교육하자는 일부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더구나 같은 해 이루어진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의 조형대학 이적에 따라 소속 학과를 결정해야 하는 난제까지 곁들여져 영상디자인학과 신설은 앞에서 언급한 ‘지난한 과정 극복을 통한 내실의 성숙’까지 이루어야 하는 과업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발전을 위해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성장통이 기에 굳이 모두의 축복을 받은 순탄한 항해였다고 각색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미래를 위한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고 싶다. 학과를 열며 겪은 일화가 참 많다. 대부분 인력, 공간, 예산 등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학생들과의 ‘Bittersweet’한 사건이 대부분이지만, 모두 생략하고 학교 본부와 조형대학 모든 학과가 십시일반 거들어준 원조에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영상디자인학과는 ‘조건 없는 봉사’를 교수, 직원, 학생의 스피릿으로 삼아야 한다는 낭만이 지금까지도 남아있고, 꽤나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실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생략하기로 한다. 시대의 필요에 따라 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생했고, 시간이 흘러 그 필요성이 국가적 차원에서 증명되고 있는데 개설의 의미에 대해서 무슨 더 덧붙일 사족이 있겠나.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 미래, 즉 교육의 성과인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전문인이다. 그래서 ‘백년대계’ 아니겠나. 그런데 그 백년대계의 전당, 대학이 위기의 시대를 겪고 있다.늘 그렇듯 위기는 예감했을 때 이미 눈앞에 와있기 마련이다. 학과 신설 당시만 하더라도 위기란 것이 대학 간의 무한경쟁 속에서 유망 분야를 선점하려는 발전 측면의 화두였다면, 고작 5년이 지난 지금은 정부 주도의 대학평가와 이를 통한 비정한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 측면의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춘삼월의 어느 날, 우리대학 도 곧 구조개혁평가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고 이 책이 출판될 즈음 그 결과를 통보 받을 예정이다. 많은 대학들이 ‘융합’이란 학문적 명분으로 학과를 통폐합하여 학부를 만들거나 기존 단과대학을 섞어 새로운 기관을 만들고 있다. 변화를 터부시해 온 둔감한 조직인 대학이 타성적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신선한 시도로 볼 수도 있지만, 일면 지출도 줄이고 가산점을 전제로 한 자체구조조정으로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일석이조의 잔혹하고 즉흥적인 시책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러한 시대에 ‘조형대학에는 학과가 너무 많다’ 라는 의식을 무작정 잘못됐다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위기에 처한 우리 대학의 어려움을 조형대학도 함께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학과’가 아닌 ‘꼭 필요한 학과’를 정확한 시점에 열어가며 한국의 디자인교육을 주도해 온 국민대학교는 스스로 그 역사를 바로 살펴 획일적 구조조정이 아닌 독자적 경쟁력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