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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의 전공 교육은 그 대학의 정체성을 만들 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의 전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하자면, 어느 대학의 디자인 교육이 그 분야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게 되면 적어도 국내 대학의 디자인 교육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이하, 조형대)의 디자인 교육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할 사례다.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 보면, 1980년대 후반에는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할 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조형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풍문으로’ 들어야 했다. 조형대학에 디자인과 건축이 함께 있다는 것,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는 것, 조형전에 전 학년이 참여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 당시에는 조형대의 대외적인 활동이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짧은 기간에 이목을 끌었고 결과적으로는 조형대 디자인 교육이 서울대와 홍대의 경쟁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디자인 교육 전체로 본다면 새로운 구도, 다양한 모델이 형성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굳어져 온 관행을 벗어나기 힘든 두 학교들에 비해 신생 대학인 조형대가 당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산업미술’이라든가 ‘산업도안’이라는 학과 명칭을 사용하던 시절에 조형대가 ‘시각디자인’, ‘공업디자인’이라는 대학 학과 명칭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단과대학의 명칭 자체도 미술대학이 아닌 조형대학이었다. 언젠가 한 매체에 실린 정시화 교수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조형대는 1970년대 말에 구조조정을 통해서 응용미술관련 학과로만 구성한 한국 최초의 디자인 대학인 조형대학을 만들었으며, 원래는 ‘디자인 대학’이라고 명명하려 했지만 당시 일반적인 사회통념이 디자인을 외래어로 인식하고 있어 부득이 ‘조형대학’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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